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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etc./그림,노래,시

정호승 '나무들의 결혼식'

 



나무들의 결혼식

                                                                                     - 정호승  -

내 한평생 버리고 싶지 않은 소원이 있다면
나무들의 결혼식에 초대받아 낭랑하게
축시 한번 낭송해보는 일이다

내 한평생 끝끝내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
우수가 지난 나무들의 결혼식 날
몰래 보름달로 떠올라
밤새도록 나무들의 첫날밤을 엿보는 일이다

그리하여 내 죽기 전에 다시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은은히 산사의 종소리가 울리는 봄날 새벽
눈이 맑은 큰스님을 모시고
나무들과 결혼 한번 해보는 일이다





나 이 시가 왜이렇게 좋지?
독서평설에서 처음 읽고나서 얼마나 설레었는지 ㅎㅎ
시 읽고 전율해본건 처음..
같은 시라도 어디서, 어떻게, 누구와 함께 읽느냐에 따라
진짜 감상이 달라지긴 한가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