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평론 - 류가미의 환상여행
< 동양과 서양, 고전과 현대, '보편사'속의 신화 와 의식>
...이 글들은 지금은 없어진 데일리 서프라이즈에 류가미 작가님이 연재하셨던 글들입니다. 사이트가 없어짐에 따라 소중한 글들을 찾아보기가 매우 힘들어진게 너무 아쉬워 이렇게 블로그에 포스팅하게 되었습니다. 류가미 작가님의 허락을 받지 못한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01. 세계의 끝, 경계로의 여행을 시작하면서


안녕하세요. ‘류가미의 환상여행’이라는 제목의 연재를 맡게 된 류가미 입니다.
 
상당히 이상한 제목이라고요? 사실 제게도 상당히 난처한 제목입니다. 처음 이 연재를 쓰기로 마음먹었을 때 제가 생각했던 제목은 ‘트와이라이트 존(twilight zone)'이었습니다.

트와이라이트 존은, 낮에서 밤으로 넘어가는 경계. 밤에서 새벽으로 넘어가는 중간 지대를 말합니다. 제가 이번 연재에서 다룰 이야기도 바로 환상에서 현실로 넘어가는 경계, 현실에서 환상으로 넘어가는 중간 지대에 관한 것입니다. 분명히 트와이라이트 존은 경계에 가지고 있는 모호함과 낯설음을 설명하는 좋은 제목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트와이라이트 존이라는 제목을 쓰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첫째 이유는 너무 어렵다는 것이고 두 번째 이유는 이 제목과 같은 이름의 tv 시리즈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80년대 후반에 제작된 영화 ‘트와이라이트 존’은 환상특급이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에서 방영되었죠. 제가 트와이라이트 존이라는 이름을 쓰면 사람들은 제가 우주인이나 시간 여행, 초능력과 괴물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 착각할 테니까요. 안 그런가요?
 
우주인도 시간 여행자도 초능력자도 괴물도 아니지만, 인간은 두 세계가 겹쳐지는 중간 지대에 삽니다. 어느 날 장자는 꿈에서 나비가 되는 꿈을 꾸었다고 합니다. 꿈에서 깨어난 장자는 자신이 꿈에서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꿈속에서 자신이 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의 최신판은 매트릭스지요. 네오는 가상현실 속에서 깨어나 현실을 만납니다. 그러나 곧 그는 알게 되죠. 그가 현실이라고 믿었던 그 세계조차 또 다른 가상현실이었다는 것을.
 
사실 수많은 옛날이야기는 낯선 세계로의 여행을 담고 있지요. 심청전의 심청과 별주부전에서 토끼는 용궁으로 갑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프쉬케는 잃어버린 남편을 찾기 위해 저승으로 갑니다.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알리바바는 숨겨놓은 보물이 있는 동굴 속으로 들어갑니다.
헨젤과 그레텔은 숲 속으로 들어가 아이들을 잡아먹는 마녀를 만나지요. 마찬가지로 공원에서 졸고 있던 앨리스는 토끼를 쫓아 이상한 나라로 들어갑니다. 또, 도로시는 허리케인을 타고 오즈의 나라로 갑니다.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객관적인 외부 현실 세계 말고 또 다른 세계가 있다고 느낍니다. 그 세계를 저승, 요정의 나라, 용궁, 뭐라고 부르던 말이지요.
 
자신이 두 세계의 경계에 서있다는 이러한 인간의 자각은 아주 오래 된 것이었습니다. 사실 그것은 인간의 문명과 역사를 같이 합니다. 처음으로 외부에 있는 객관 현실 말고 또 다른 세계가 존재했다고 느꼈던 사람은 바로 네안데르탈인이니까요. 다음 시간에는 이 구석기의 철학자들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계속)
 
 
류가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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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이 명언이 떠오르네요.
윌리엄 제임스||
세상은 왜 텅 비어있지않고 무언가로 가득 차있는가? 형이상학의 시계가 멈추지않는것은 이 세계의 존재 가능성이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과 동일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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